나는 내게
많이 화가 나 있었다.
왜 그렇게 믿었는지,
왜 싸우지 못했는지,
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지.
사기를 당한 후,
나는 나보다 더 나를 미워했다.
그건 정말 이상한 감정이었다.
가해자는 외면했고,
세상은 조용했는데,
나는 날마다
내가 나를 처벌하고 있었다.
하지만 어느 날,
거울을 보다가
문득 이렇게 말하게 됐다.
“그땐 정말 너도 힘들었잖아.”
그 한 줄이
나를 멈추게 했다.
나는 그날,
오래 붙들고 있던 ‘죄책감’을
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.
내가 어리석어서 당한 일이 아니라,
그만큼 간절했고,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걸
이제는 안다.
그리고 오늘,
나는 내게 말했다.
“미안해. 그리고 정말 잘 버텼어.”
《채무자의 사계절》은
결국,
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야기다.
나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