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느 날, 이상하게도…
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.
아무에게도.
내 이야기를 꺼내는 게 괜히 미안했고
또다시 누가 날 함부로 판단할까 봐 두려웠다.
그래서 조용히 멈춰 있었다.
사람들을 피했고,
전화도 받지 않았고,
그저 시간을 견디는 것만이 내 하루였다.
하지만 마음속에는
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문장들이 있었다.
“너 정말 괜찮은 거야?”
“지금 너무 힘든 거 알지?”
“이대로 가면 안 되는 거 알잖아.”
그래서,
조용히,
책상 앞에 앉았다.
노트북을 켜고,
하얀 화면을 띄워놓고
그냥… 오늘 있었던 일을 적었다.
“나는 오늘 너무 힘들었다.”
그게 첫 문장이었다.
그렇게 하루,
또 하루가 지나면서
나는 조금씩 말이 늘어났다.
감정도, 기억도, 내 안의 상처들도
글 속에 들어가면서
조금은 덜 무거워졌다.
지금 이 블로그는,
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.
그냥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
조용히 기록하는 곳이다.
그리고,
어쩌면 나 같은 계절을 지나고 있는
누군가에게
작은 숨 쉴 틈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.
《채무자의 사계절》은,
완성된 사람의 기록이 아니다.
회복이 시작된 사람의 기록이다.
다음 계절에서도,
함께 걸어가요.
앞으로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써 내려 갈 것이다.
나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사람이,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